설 악 시
작가 미상
 

나는 야 산이 좋더라.
파아란 하늘 통째로 호흡하는
나는 야 산이 좋더라.
동해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설, 설악산이 나는 좋더라.

산에는 물, 나무, 돌...
그리고 아무런 오해도 법률도 없어
다만 원상 그대로의 자유가 있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등,
그 사이에 내가 서면
하늘처럼 무한대처럼
마구 부풀 수 있는 것을...

정말 인간 170센티미터라는 것은
아뭇것도 아닐 수 있는 것을...

나는 고래고래 고함을 쳤다.
나는 고래고래 고함을 쳤다...!
나는 아마 고함을 지르기 위하여
여기에 왔는지도 모른다.

설악산 오름길을
다리 쉼-- 하노라면
내게 한껏 남는 건
머루 다래 싫컷 먹고픈
소박한 욕망뿐...

깨어진 기왓장처럼
오세암 전설이 흩어진 곳에
어둠이 내리면...
찢어진 창호지로 문 막은 움막에는,
뜬 숯불로 벌건
탄환케이스에 둘러 앉아
잔가지로 멧돼지를 쫓는다는
포수의 옛 이야기가 익어 가는 것을

정말 이런 밤이면 칡감자라도
구워 먹으면 좋으련...

백담사 내리길에 해골이 있다 했다.
그 해골을 주워 술을 부어 마시자 했다.
해골에 술을 부어 마시던 바이런이
죽어 해골이 된 것 처럼...
그 해골에 철학을 부어 마시자 했다.

나는 야 산이 좋더라.
파아란 하늘 통째로 호흡하는
나는 야 산이 좋더라.
동해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설, 설악산이 나는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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