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과 서북

설악의 능선(88.10)
 
모처럼 맞이한 연휴!
그것도 삼일간의, 휴가와 진배없는...
시기상으로 가장 단풍이 절경일 것이라는 예측과 세번째로 찾을 수 있는 설악산, 그리고 초행길의 공룡능선과 서북능선을 밟아 보고 싶은 욕구로 설악산행을 택했다.예매도 하지 못한채, 겨우 강릉행 고속을 탈 수 있었다.
쌍폭 집을 나선지 일곱시간 후에 설악동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설악산이 가까우면서도 항상 지리산보다 멀게 느껴지는 것은 설악산은 산행할 수 있는 낮시간이 왕복 교통편에 모두 허비된다는 점과 지리산은 멀지만 밤차를 이용할 수 있는 점이 지리산을 가까운 느낌이 들게한다.(직장인만 그런가?)

금강굴 입구 식사를 하고 비선대까지 약 50분을 걸었다. 우측으로 가파른 갈림길이 마등령으로 향하는 길이다. 잠시후 금강굴이 나타났다. 굴 안에서 내다보는 공룡능선과 천불동 계곡, 중턱엔 아직 푸르름이 가시지 않았고, 능선 주위엔 운무가 맴돌고 있었다. 금강굴
오후 4시 50분, 마등령에 이르니 관망하기 좋은 전망대가 나타났다. 마등령에서 보는 공룡능선, 멀리 보이는 대청봉과 화채능선, 우측으로 서북릉이 늘어서 있고, 기암들이 뾰족 뾰족이 서있는 공룡릉은 시시각각으로 변화무쌍하게 운무들이 그 모양을 바꾸어 가며 공룡의 모습을 부분적으로만 보여준다. 마등령에서 본 공룡
마등령에서 비박을 하고 다음날 능곡의 곰(?)과 함께 동행했다. 눈으로만 보아왔던 공룡의 등 지느러미를 밟으며 정상으로 향했다. 주위는 온통 피빛으로 빨갛게 물들어 있고, 그 모습을 신비스럽게 운무가 주위를 맴돈다.
단풍에 지친 나무들만이 산을 물들이는 것이 아니다. 설악산 교통의 요지(?)이며 명물인 희운각에는 엄청난 인파로 인해 발디딜 틈이 없고, 그들의 등산복은 울긋 불긋, 산을 온통 물들였다. 우리들은 식수만을 준비한 후 최대한 빨리 대청으로 향했다.

 

끝청에서 본 백담사방향 소청, 중청에 이르기까지 오르내리는 인파로 통행이 불가능했다. 서로 한쪽으로 줄을 서서 통행을 했지만 30분 이상 지연됐다. 대청을 눈앞에 두고 끝청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워낙 많아 왕복하려면 시간이 많이 허비될 것 같다.
끝청에서 본 용아장성 끝청에서 휴식을 취하며 생라면과 주먹밥으로 주린 배를 채웠다. 끝청에서 보는 구곡담 쪽 용아는 공룡에서 보는 가야동 쪽 용아와 또 다른 맛을 자아낸다. 설악산이 지리산하고 다른 맛은 공룡능과 용아능 때문일 것이다. 멀리서 바라보기도 하고, 그 심부에 깊이 들어가 밟아 보기도 하면 지리산 보다 훨씬 더 깊은 산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서북릉-귀청을 향하여 서북능으로 접어들자 약간 한가해지며 보행에 지장이 없어졌다. 귀청봉을 넘어 야영장에 도착하니 오후 6시 20분경, 그와 함께 그의 텐트에서 야영을 하고, 새벽 5시 15분에 장수대를 향하여 출발했다. 새벽에 보는 산정도 새로운 감회를 느끼게 한다. 서북릉-귀청을 향하여 랜턴 하나로 7시경 까지 행군했는데 거리는 가까왔다. 랜턴을 넣고 계속 행군하니 도중에 몇 팀을 만나 지나쳤다.
9시 경에 대승령에 도착하였다. 십이선녀탕으로 계속 가고 싶은 욕망이 타올랐지만 예정대로 밟기로 굳게 마음먹고, 빨리 서울에 가서 정리도 하고 내일을 계획해야 했다.

사중폭포에서 라면 세개(한개는 얻어서)로 중식을 하고 장수대에서 서울행 차를 기다렸다. 그러던 중 매표원의 사기성 안내에 속아 속초로 갔는데 서울행 차는 없었다.
간성에서 오후 3시 40분발 서울행 차를 입석으로 타고오니 오후 9시 40분에 상봉 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차라리 십이선녀탕으로 하산하여 남교리로 나가는 것이 더 빨랐을 텐데~.
다음 산행에는 십이선녀탕 ~ 흑선동 계곡 ~ 용아능을 타야겠다. 이번에는 좀 피곤한 산행이 됐다. 그 곰같은 친구가 동행자들을 무척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의 행보와 성격은 좋지만 약간의 고집이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서울에서 다시 보기로 하고 연락처를 주었는데 아직 연락이 없다.

(산행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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